취업준비를 위해 오늘도 포트폴리오를 다듬다가 오프보딩에 관련한 글을 읽었다.

 

내가 이전회사에서 일을 한 시간은 1년 2개월이다.

 

짧다고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지만 그 시간은 내게는 사실, 굉장히 길었다.

 

 

이전 회사에서 내가 처음 다룬 언어는 한번도 다뤄본 적 없었던 PHP였다.

그리고 다음날부터 혼자 프로젝트에 내던져졌는데, PHP 책 한권을 읽고 구글을 찾아가며 주어진 업무를 해냈다.

 

그 프로젝트는 클라이언트가 단순한 요청을 했던거라 일주일만에 완성할 수 있었지만 생각해보면 취업하고 바로 다음날부터 그냥 실무 최전선에 던져졌었다.

 

그리고 일주일 뒤에 나는 백엔드팀에서 담당하고있던 또 다른 웹 프로젝트의 한 섹션을 맡게되었다.

 

그 다음부터는 그냥 실전이었다.

 

나는 자바만 공부해서 왔는데 어쩌다가 이렇게 되었지?

 

생각할 시간조차 없었다. 당시 백엔드팀은 나 포함 셋 뿐이었다.

그리고 당장 한 달 뒤에 클라이언트와 발표 미팅을 해야했기에 할 수 있는 일을 해내는 데에 집중했다.

 

SQL문 작성과 PHP, JavaScript로 웹 프로젝트를 두 달정도 하고나니 업무에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그와중에 레거시 프로젝트를 유지보수하는 업무도 함께 담당했다)

 

그러다가 내 최고 업적을 만나게 되었다.

 

나는 들어온지 3개월 된 개발자인데 내 밑으로 신입 개발자 세명이 붙어서 함께 새로운 프로젝트에 매달렸다.

JPA를 활용해서 개발을 2개월 넘게 진행했는데 중간에 다 뒤엎고 MyBatis로 변경해서 다시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했었다.

회사에서 10시간은 기본으로 일했고 12시간, 밤샘근무를 하며 회사 붙박이처럼 일했다.

분명 퇴근을했는데 출근시간까지 4시간 남아있고... 그랬었다.

 

그러면서 중간에 한 명은 퇴사했고 남은 셋이서 프로젝트를 완성시키기 위해 갖은 애를 다 썼다.

 

그러다보니 고객사 사람들과 미팅도 하게되고 일정과 관련한 개발기능 스케줄을 공유하기 위한 문서도 작성하게 되었다.

고객사에서 새로운 기능을 요청하면 개발이 가능할지 구현 방안에 대한 검색도 하게되었고 테스트 코드 작성과 개발의 구체적인 방향을 결정하게 되었다.

 

그렇게 나는 1년만에 백엔드 파트장이 되었다.

 

그냥 어쩌다보니라는 말밖에 나오지 않았다. 어떤 팀원은 미팅을 싫어했고 또 다른 팀원은 내게 자신의 의견을 전달하고 가장 중요한 타이밍에는 침묵했다. 그러다보니까 그냥 내가 다른 개발자의 대변인이 되었고 의견을 조율하고 스케줄을 짜고 프로젝트의 앞날을 고민하고 있었다.

 

그렇게 고생했던 프로젝트가 배포되자 실서버를 운영하며 고객사는 유지보수 기간에 편의성에 기반한 개발요청을 해오기 시작했다.

 

그 때 이 프로젝트를 함께 했던 팀원들이 퇴사를 하기 시작했다.

 

고작 셋뿐인 담당자였기에 둘이 퇴사하자 나만 남았다.

 

당시 채 1년을 채우지 못했지만 회사에서 살다시피 일했던 나여서 회사가 새로 뽑는 신입 백엔드 개발자들의 교육도 맡았다.

 

퇴사가 간절했지만 나는 차마 내가 그 고생을 하며 완성한 프로젝트를 그냥 놓고 떠날 수가 없었다.

심지어 그 프로젝트를 담당한 사람중 회사에 남은 사람은 나밖에 없었다.

 

 

그렇게 오프보딩 준비를 시작했다.

 

레거시 프로젝트를 하면서 날림으로 작성된 인수인계 문서를 보며 머리를 뜯던 과거를 생각하면 도저히 클릭부터 가르친 후임 개발자들에게 그런식으로 일을 주고가기 싫었다.

 

퇴사까지 한 달의 여유기간을 두고 인수인계 문서를 꼼꼼하게 작성했다.

서버에러 보는 방법, 서버에 배포할때 유의사항, 보안처리한 코드, 고객사에서 요청해서 만들수밖에 없었던 특이한 개발 요소, 기한 여유가 있어서 미뤄둔 업무 가이드...

 

심지어 사내 타 부서들과 협업하기 위한 요청 가이드문서까지 작성해놓고 후임자에게 퇴사 당일까지 하나하나 가르쳤다.

 

다행히(?) 퇴사 후 업무 관련 연락은 온 적이 없다.

 

오프보딩. 재밌는 말이다.

 

함께 타고있었던 배를 떠날 때 그 배에 머물 사람들이 앞길을 잘 찾아가길 바라며 나는 최선을 다 했다.

최선을 다 한 사람에게 후회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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